나의 작업은 생명 간의 다양한 관계에 대해 탐구한다. 나에게 생명은 에너지를 가진 사물과 공간 등을 포함한다. 생물적 특성은 매우 모호한 개념이다. 스피노자에 따르면 모든 사물은 서로 다른 정도라 할지라도 살아있고(Spinoza, Ethics, pt.2), 벤야민은 ‘사물’이 해방적 힘을 통해 서로 말할 수 있다고 믿었다(Walter Benjamin, On Language as Such and the Language of Man). 따라서 사물을 포함하는 공간은 생태계가 될 수 있다. 때문에 나의 작업은 작업 내 요소들끼리, 혹은 관객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생태계의 형태로 제시된다. 생태계는 멈추지 않고 변화, 운동하기에 나의 작업에도 유기적인 움직임이 주로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안개와 물의 움직임, 미세한 소리 등을 이용하는 표현방식이 있는데, 움직임을 통해 어떠한 현상을 제작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방법론은 동양의 자연관, 여백 등과 같은  전통적인 동양회화의 방법론에서 착안한 것으로, 이는 다소 미세하고 담백하기에 관객들이 작품관람에 일정량 이상의 시간을 소비할수록 효과적이다.

 나는 이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한 기계 장치를 직접 제작한다. 이 과정은 당연하게도 거칠고 조악한 부분이 있으며, 이것은 완벽하게 반복되고 매끄러운 움직임을 피하기 위함이다. 불규칙적인 움직임은 자연스러움을 내포하고, 비로소 유기적인 성질을 갖게 된다. 또한 나는 이와 같은 제작 과정을 통해 움직임을 직접 느끼고 제어하면서 자연의 흐름에 가까워지게 된다.